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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그때 그곳에서.

#13. 한 사람의 야욕이 앗아간 두 사람의 생(단종, 정순왕후)

 

동망정입니다.

동망정, 

동쪽을 그리하던 정자.

 

 

역사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저는

조금 좋아하는 편입니다.

 

역사는 알게 될수록

매력이 있다는 생각입니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먼저 산 사람들은

이럴 때 이런 선택을 했다는 이야긴데,

어른들 이야기를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처럼

지식으로 가득한 누군가의 정보가 아닌

그 안에 숨어있는 지혜를 나타내기에

그것이 맞다는 생각입니다.

 

역사도

관상과 사주, 때로는 손금처럼

오랜 시간 쌓인 정보를 통해

미래를 앞서 본다는 점에서

맥이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숭인근린공원입니다.

동묘역 2번 출구에서 

좌우를 살피다 보면

봉우리가 하나 보입니다.

바위산처럼 우두커니 있는 봉우리인데,

그곳이 숭인근린공원입니다.

 

길이 가파르고 언덕이 많습니다.

한바퀴를 둘러 산책로가 형성되어 있고

가장 위에는 동망정이 있습니다.

 

서울의 얼굴 전체를 보여주듯

올라와서 보면 환합니다. 

제가 사진은 못찍었네요.

 

이곳을 오게 된 이유는

근처에 밥을 먹으로 가려다가,

가는 길에 볼만한 것을 찾게 되었습니다.

 

높이로는 100미터 밖에 되지 않아

야트막하지만,

가파르게 형성된 지형 탓에

만만하지는 않습니다.

 

이곳은 

조선의 6대 왕 단종의 비가

단종을 그리워하던 곳입니다.

 

7대 왕 세조의 

왕위 친탈로

단종은 왕위를 잃습니다.

 

이에

생육신(벼슬을 버리고 절개를 지킨 여섯 사람)들은

벼슬을 버리고,

사육신들은 거사를 도모합니다.

 

하지만

단종복위운동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사육신(단종의 복위를 꾀하다가 처형된 여섯 명의 충신)들은

모두 죽게 됩니다.

 

결국 청령포(영월)로 

단종은 유배를 가게 됩니다.

 

졸지에 남편을 잃은 아내는,

왕을 보낸 왕비는

하염없이 

그를 그리워합니다.

 

매일 같은 곳에서 

동쪽(영월)을 향해

망 왕의 건사를 기원합니다.

 

죽는 순간까지

흰 옷에 채소로 된 음식만 먹으며,

세조가 마련해준 거처도

거하지 않고

그리워하다 생을 마감합니다.

 

 

아주 큰 그리움은

아주 큰 허기를 남깁니다.

 

먹어도 차지 않고

채워도 배가 부르지 않는

큰 허기를 느낍니다.

 

늦은 밤, 

골목에 가로등이

어둠에 야금야금

잠식당할 때면,

그리움은

고통을 갉아먹습니다.

 

이곳은 그런 정순왕후의 생,

비참한 그리움이 남은

정자입니다.

 

동망정(東亡亭),

자주 스쳐지나는 길가 한 편에

우뚝 솟아있는

정자 하나.

 

다시,

좀먹은 그리움 하나.

 

 

충신(忠臣) 12인

生 : 김시습·원호·이맹전·조려·성담수·남효온

    死 : 성삼문·박팽년·하위지·이개·유성원·유응부

그들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