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 (1) 썸네일형 리스트형 #9. 글, 집 만능주의 장갑에 바퀴벌레가 있었다 화들짝 놀란 내 누이는 자지러지고 덩달아 벙찐 장갑, 입만 뻐끔 헐레벌떡 뛰쳐나온 어머니께서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벌레를 잡아 불에 태우셨다 ⠀ 날이 추워지는 밤, 서먹한 가을이 밤바람에 슬그머니 으름장을 놓는 날이면 집이 없는 것들이 면면을 드러낸다. 더는 영위할 것이 없어 속절없이 쫓겨난 이들과 더러는 애당초 얼굴 없이 웃는 밤, 길어지는 그림자들도 있다. ⠀ 밀리고 밀려 저 높은 옥상까지, 떠밀리다 못해 드넓은 사거리 전봇대 위 목 맨 붉은 물감칠해진 마네킹까지, 죄다 그림자 진 얼굴이다. ⠀ 살기 위해, 살아야 했으므로 나는 그늘져도 딸린 식솔만큼은 노란 전구의 온기 속에 머물기를 바랐기에 아래로 떨어지고 위로 길어지는 투쟁. ⠀ 적적한 새벽 홀로 나와 서먹한 전봇대의..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