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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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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글, 그래서 그랬나 그래서 그랬나 긴 경부고속을 달리던 길이 봄 나들이처럼 꽃 내음을 풍기면 한도 끝도 없이 길어지던 고속도로가 벚꽃길처럼 끝없이 펼쳐지던 그래서 그랬나 꼭짓점을 찍을 수 없던 수평선의 끝 끝이 없는 그 선을 따라 마구 밀려오는 그 바다가 파도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밀려 들어오면 무너지던 모래성들이 주인 없는 빈 집들이 단 둘이라 그랬나 이도 저도 아닌 너와 나 단 둘이라서 그래서 그랬나/ 이솔로몬 https://www.instagram.com/p/CEzKgwUF52-/?igshid=1d1otcfw5753w
#28. 글, 자취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기도 했다 새벽을 한 주먹 떼어 국을 끓이고 밥을 지으면 밝아지던 아침 꿈 속에 두고 온 표정 메마른 얼굴, 회백색 아침만 길어지던 버스 안 한 여름 더위도 메우지 못한 색감 없이 낡아버린 아침 하염없이 달리는 버스와 창밖으로 떨어지는 무기력만 희붐한 아침을 깨우고 자취/ 이솔로몬 https://www.instagram.com/p/CEwWb8Cls5y/?igshid=5t2ijg9b6q2d
#3.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여름에도 뜨거운 심장이며 겨울에도 뜨거운 심장인 당신을, 흙먼지 탈탈 털어내며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당신을 나사를 조이며 툴툴 거리는 당신을, 조이며 그 이마를 짚어주고 싶다 북서풍의 계절 모락모락 김은 나고 대파처럼 듬성듬성 푸른 청춘 떠있는, 당신을 소금을 치며 후추를 치며, 당신을 밤늦도록 모락모락 뜨거운, 당신을 한 그릇 다 비우고 싶다 난 혼자지만, 혼밥이 좋아 정훈교 시를 쓰는 내게도 시는 어렵다. 언제부터일까 시가 우리에게 어려워진 게 하지만 예술이 어렵다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게 쓰거나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순수문학, 예술은 예술이다. 시를 쓰는 나는 그 어려움의 간극을 조금씩 메꾸며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전히 어렵다. 시도 그렇다. 당신을 읽는..
#2.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글의 앞머리에서 아버지의 세발자전거를 잠깐 이야기했었는데요. 그때가 1953년이나 1954년 즈음입니다. 당시 며칠씩 생으로 굶던 처지의 어린 아버지가 갖기에는 값비싼 물건입니다. 그 자전거는 사실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난 엄마를 대신한 물건이었습니다. 며칠씩 울기만 하는 아들이 불쌍했는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지요. 분명 자전거도 좋았겠지만 '엄마'라는 것이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박준 죽음은 누구에게나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을 준다. 시간에 모든 것을 맡겨본다는 것을 제외하고 큰 시련 앞에 감당할..
#1. 작가의 서재 작가의 서재입니다. 작가의 서재입니다. 책 읽는 걸 좋아해요.글은 주로 시, 산문, 수필을 씁니다. 현재는 산문집을 집필 중에 있습니다. 곧 출간될 예정이구요.제 산문집은 주로 감각에 대한 기록을 적는 일에서 시작해요.어린시절 갔던 소풍, 언덕 위에 돋자리를 깔고 먹던 김밥처럼 삼삼한 듯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을 주로 다룹니다.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같이 걸어갈 사람들이 많겠지요. 책을 소개해 드리려구요. 책을 좋아해요. 돌아보면 지금의 저를 만든 것들이겠지요.여러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어도 각자 다른 생각을 하죠.그만큼 생각이라는 건 아주 자유로운 것이라 생각해요.제가 보고 느꼈던 수많은 감각과 느낌을 전해드리려구요.잊고 있었던 것들이나 구태여 꺼내보지 않았던 것들까지눈앞에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장면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