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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한 삶은 그런 것이지요.

#15. 글, 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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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적으로 놓치는 것들이 많아졌다.

손톱을 깎다 조금 전 생각을 같이 깎아버린다든지,

차에 우산을 넣어두고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한다든지

눈앞에서 놓친 지하철처럼 멀뚱거리는 순간이 잦아졌다.

 

생각이 생각을 따라가다 잊은 목적지처럼 끔뻑이는 장면이

하루를 자주 채운다. 화들짝 켜지는 시동처럼 놓치는 시간,

고개를 푹 숙인 것들의 등을 자주 마주한다

무언가 놓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모든 순간은 삶이 내게 주는 신호

 

버린 줄 알았던 깎여나간 것들의 면면을 밟았다.

그것도 아주 적나라하게

부어도 차지 않는 헛헛함

이제는 관성이 된, 등을 마주하는 일

잘려나간 순간과 잊혀진 것들의 소리가 왕왕

한없이 커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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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tagram의 이솔로몬님: “#1 자정, 이 솔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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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오래 생각하다보면

우리는 자주

중요한 것들을 잊곤 합니다.

 

물론 

그런 것들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가끔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집을 나와

지하철로 향하는 길에

가만히 멈춘 채로

생각에 잠기거나

 

설거지를 하다

지난 일을 한참동안

되돌아 보는 일.

 

무엇인가를

놓치며 살아가는 우리는

항상

어느 시점에 

다가온 신호를 느낍니다.

 

놓치는 것은

무엇인지

잊고 있는 것은 

또 무엇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자정은

우리에게 어쩌면

그것을 알려주는

좋은 지표가 되곤 합니다.

 

늦은 밤 홀로

창문을 연 채

밤하늘을 가만히 

올려다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합니다.

 

찬바람이 불고

귀뚜라미 울다

개구리도 따라울던

그때가 스치는 듯합니다.

 

오래 전

올려둔 글입니다.

 

웃기게도

그때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지금을 삽니다.

 

천천히

하루를 돌아보고

떠난 얼굴과

잊혀진 목소리,

잊고 지내는 것들을 

가만히

기억하고 싶습니다.

 

시간이 벌써

자정에 기웁니다.

 

오늘도

편안한 밤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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